조선시대 병아리를 그린 그림













조선 후기의 화가 변상벽(卞相璧, ?~?)은 동물화, 그중에서도 특히 닭과 고양이 그림에 능해 '변계', '변묘'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어미닭과 병아리들의 정겨운 모습을 변상벽 특유의 생동감 있는 묘사로 담아낸 「모계영자도(母鷄領子圖)」는 그의 대표작들 가운데 하나로서, 변상벽의 붓놀림에 감탄한 정약용은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변상벽이 변고양이로 일컬어짐은 / 卞以卞貓稱
고양이 잘 그려 사방에 이름났는데 / 畫猫名四達
이젠 또 새끼 거느린 닭을 그리어 / 今復繪鷄雛
하나하나가 털이 살아 있는 듯하네 / 箇箇毫毛活
어미닭은 까닭도 없이 성을 내어 / 母鷄無故怒
낯빛이 몹시 사납게 달아오르고 / 顔色猛峭巀
목 털이 고슴도치마냥 꼿꼿이 서서 / 頸毛逆如蝟
만나는 놈마다 꾸짖음을 당하도다 / 觸者遭嗔喝
쓰레기 버린 곳이나 방앗간에서 / 煩壤與碓廊
흙을 파내듯 항상 땅을 허비어 / 爬地恒如墢
한 톨이나 얻으면 거짓 먹는 체하고 / 得粒佯啄之
애써 주림 참으며 새끼만 먹이고 / 苦心忍飢渴
놀라 허둥지둥 사전에 살피어라 / 瞿瞿視無形
올빼미 그림자 숲 끝을 지나도다 / 鴟影度林末
아, 새끼를 사랑하는 그 성질이여 / 嗟哉慈愛性
하늘이 준 건데 누가 능히 빼치랴 / 天賦誰能拔
새끼들은 어미를 둘러싸고 다니되 / 群雛繞母行
솜 같은 노란 옷 더부룩이 입었는데 / 茸茸嫩黃褐
노란 부리는 막 어린 기름같이 연하고 / 蠟嘴軟初凝
붉은 볏은 씻은 듯이 색깔 엷어라 / 朱冠淡如抹
새끼 둘이 막 어미를 따라가는데 / 二雛方追犇
어이하여 급급하게 저리 뛰는고 / 急急何佻撻
앞엣놈 부리에 물린 것이 있어 / 前者咮有垂
뒤엣놈이 그것을 빼앗고자 하여 / 後者意欲奪
새끼 둘이 한 지렁이를 다투어라 / 二雛爭一蚓
서로 물고 놓지 아니하도다 / 雙銜兩不脫
새끼 하나는 어미 등에 타고 앉아 / 一雛乘母背
가려운 곳 한창 스스로 긁어 대고 / 癢處方自撥
새끼 하나는 홀로 안 따르고서 / 一雛獨不至
채소의 싹을 한창 쪼아 먹누나 / 菜苗方自捋
형형색색 세밀하여 실물과 똑같고 / 形形細逼眞
도도한 기상 또한 막을 수 없네 / 滔滔氣莫遏
들으니 이 그림 막 그렸을 때 / 傳聞新繪時
수탉이 보고 잘못 떠들어 댔다 하네 / 雄鷄誤喧聒
또한 그가 그린 고양이 그림도 / 亦其烏圓圖
뭇 쥐들을 겁먹게 할 만하여라 / 可以群鼠愒
뛰어난 기예가 여기에 이르르니 / 絶藝乃至斯
만져 볼수록 흥미가 줄지를 않네 / 摩挲意未割
큰솜씨라 산수화를 그리는 데도 / 麤師畫山水
여기저기 붓놀림이 광활하구려 / 狼藉手勢闊


중복인 오늘, 삼계탕 대신 「모계영자도」를 감상하며 잠시 더위를 잊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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